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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상봉 이모저모

이보오¸ 오랜만이오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다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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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오 오랜만이오

00:22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표
00:26 65년간의 기다림 그리고 만남
00:33 제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가족들의 이야기
00:37 이야기 하나 눈물의 소야곡
00:46 2015년 10월
00:47 바람의 온도가 바뀐 10월
00:58 얼마 전 이순규 할머니는 뜻밖의 소식을 전달받았습니다
01:01 65년 전에 헤어져 죽은 줄 알았던 남편으로부터 소식
01:04 이순규(85세) 이산가족상봉자
01:08 그래서 할머니는 요즘 하루하루가 특별합니다
01:15 시장가실때 뭐 살지 엄마도 생각해보고
01:20 엄마가 서방님한테 드리고 싶은 거 이야기해줘요 살 때 사게
01:27 주고 싶은거 아무리 많아도 무슨 소용있어
01:33 다 조사하고 다 뺏어간다는 걸 줘 봤자 지. 그 사람들만 좋지
01:42 그래도 몰라
01:44 내가 생각하기에 그냥 반지나 하나 해줬으면 했는데
01:50 그것도 안 되잖아
01:56 그럼 10만원 짜리 시계라도 하나 해가지고 가야겠네
02:01 10만원 이하짜리 시계는 된데
02:03 10만원이하?
02:07 네. 하실래요?
02:08 안뺏을라나 모르지
02:12 뺏기는거는 어쩔 수 없는 거고. 엄마가 주고싶으면 반지 대신에 시계가지고 가면 되잖아요
02:15 그래 그럼 시계나 하나 사줘
02:18 알았어
02:19 현진아.십만원 이하짜리 할아버지 시계하나 사자
02:24 태엽시계가 좋다는 거지?
02:26 태엽시계로 해야 된대. 시계 집에 있겠지?
02:34 그냥 싸더라도.세월이 66년 갔다하고 엄마가 드리면 그래도 기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02:46 괜찮겠어요?
02:48 그건 안 돼. 엄마 가서 사는 물건이야
02:50 우리가 산 게 아니고, 엄마가 더 드리고 싶은 물건
02:55 고맙습니다
03:06 할머니가 시계를 선물하고 싶은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03:12 그때 시절에는 좀 시골이기 때문에. 나는 친정에서 다 있었거든
03:24 라디오도 있고 신문도 보고
03:27 그런게 다 있었어요. 새총도 있고 다 있었어. 그런데 시댁에 가니까 그런게 아무것도 없잖아
03:42 갑갑하지 신랑보고 시계가 없으니 답답하다 그랬더니
03:51 올 농사 기어 가지고 가을에 사준다고 그랬어. 그게 끝이야
04:00 시계 선물을 못 받으셨어요?
04:03 못받았지 1년도 못 살았으니까 겨울에 (시집)와가지고 여름엔 6.25 났으니까 못받았지
04:13 7개월 간의 짧았던 결혼생활을
04:16 며칠만 훈련 받고 오겠다며 집을 나선 남편을 할머니는 65년 간을 기다렸습니다
04:22 보고 싶은거야 한도 끝도 없었죠
04:27 그때는 시아버님 기침소리하고 (남편 기침소리가) 똑같았거든
04:35 그래서 밤에도 기침소리가 나고 하면 혹시라도 왔나하고 내다보고 그랬지
04:45 이 순자 규자. 오 인자 세자. 이렇게 라는 거죠?
04:52 예
04:57 이순규 오인세. 참 오랜만에 부부의 이름이 하나의 물건을 나란히 새겨집니다
05:09 돋보기로 보여드릴까요?
05:16 오인세. 이순규
05:21 예물사다주는 거예요. 그렇죠?
05:26 아버지한테 주는 선물 사니까 어때? 평생 처음이잖아요?
05:32 처음이지
05:36 기분이 좋죠?
05:38 그렇죠
05:44 평생 한이 맺혀서 살았는데 좋아봐야 얼마나 좋겠어
05:49 아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고
05:54 춤이라도 추고 싶네
05:56 춰볼래요?
05:57 춤 출 줄 알아야지
06:08 아들이 너무 웃겨
06:16 65년 전 그날 아내의 배 속에 아들이 있다는 걸 알았다면
06:22 남편은 아들에게 인사를 남길 수 있었을까요
06:27 그동안 할머니는 아들에게 한 번도 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06:34 아들이 물으면 외국에 돈 벌러 갔다고 거짓말했어요
06:43 어린애한테 실제로 얘기를 해 줄 수가 없어서
06:50 외국어가 돈 벌러 갔다고 그렇게 말했지. 처음에는
06:58 아들은 이제야 묻고 싶었던 이야기를 꺼냅니다
07:06 아버지 얘기를 잘 안하시잖아요
07:09 안하지
07:10 기재 때하고 명절 때만 이야기하시잖아요
07:21 그때 왜 돌아가신 아버지한테 왜 절을 안 해요?
07:25 나 보고 절을 하라고 해야지
07:29 내가 기다리고 살았으니까 나보고 절을 해야지
07:34 아들 손자 증손자까지 낳아줬는데
07:38 근데. 어차피 고인이 아니예요
07:42 말하자면 제사지낼 때 고인인데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나 이런 거를
07:52 그 기재 때라든지 명절 때라든지 한번 정도는 남편을 위해서 절을 할 수도 있잖아요
08:01 어떻게 보면
08:04 미워서
08:05 날 두고 가서 미워서 안했데요
08:13 아들이니까 자기는 그게 섭섭하지
08:17 엄마나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살았으니까
08:22 아버님이 오셔서 절해야 돼
08:24 그것은 내가 아버님 보고 엄마한테 절하라고 그럴게
08:28 그래. 우리 어머니 고생하고 이제껏 살았으니까 아버님이 절 좀 하시라고
08:37 그런데 나도 할 말이 있어요
08:41 돌아가신 줄 알고 거의 40여년 제사를 올렸는데
08:47 한번 지냈는데 보통 2,30만원씩 들어가잖아요
08:53 그거 달라고 그래
08:55 40번 이면 돈이 얼마야. 나는 아버지한테 달라고 하고 싶어요. 돈 내놓으라고
09:02 달라고 그래
09:06 우스운 얘기지만 그런 생각도 들더라구요
09:11 농담이지. 여담이지. 진짜 웃는 소리다. 우스운 이야기다
09:23 이렇게 웃을 수 있게 이야기를 하게 해줘서 감사하다고 생각해야 돼
09:27 물론 그렇지
09:29 평생을 입을 다물고 살았는데
09:31 이번에 다 풀어 놓으세요
09:34 안 돼 야 그게 안돼요 안 돼
09:37 그럼 좀 속이 좀 시원할 거 아니예요?
09:40 하루 이틀이고 1년 2년이야?
09:42 몇 십 년을 그랬는데 그걸 언제 풀어
09:45 그냥 테이프를 틀어줄께 그냥 이야기 하실래요?
09:57 상봉장으로 떠나기 전날. 친척들이 할머니를 찾았습니다
10:09 여기 비녀를 꽂으시는 분은 대한민국의 한 분 밖에 없어
10:15 오직 그냥 남편한분만 기다리시고 열녀문 세워드려야 돼
10:23 머리를 다 파마 하잖아요. 그래서 파마 좀 하라고 하면 (사람들이) 마음 변해서 시집가려고 머리 자른 줄 안다고
10:33 그냥 평생을 저렇게 낭자를 짓고 사는 거야
10:42 그러니까 마음이 이렇게 곧은 사람이야
10:49 그 젊은 나이에 뭐라고 혼자살아
10:50 그런데 본인이 자식을 지키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혼자 산거예요
10:59 그래서 우리언니 생각하면 흘러간 노래처럼 눈물이 주르륵 그렇게 흘러
11:11 늘 그리움으로 가득 차있던 할머니 인생에 따뜻한 바람이 붑니다
11:19 보면서 내 생각 더 할 거 아니에요
11:23 거기. 거기 짝이 있으면
11:26 (북쪽에) 짝이 있으면 언니하고 형부 이름 써서 기분 안 좋아하면 어떻게 해
11:32 기분 안 좋아하면 그건 사람이 아니지. 그렇잖아?
11:35 그래도 조금 조심스럽네. 조심스러워
11:43 그것은 그런데. 평생을 (이렇게) 살아온 사람이 있는데
11:50 그래도 서로 마음 안상하는 범위 내에서 그러면 좋겠어
11:53 그래야겠지
11:56 그래서 이걸 내가 챙겨 가지 갈 꺼야
12:00 돋보기 넣는 다고 했잖아
12:07 돋보기 챙겨가지고 가. 넣었어? 잘했어
12:11 그것도 드릴 거에요?선물로?
12:14 이건 내 거니까
12:16 돋보기 챙겨간다고 했거든. 나는 못 챙겼나하고 얘기한 거야
12:19 그려져 이거를 내가 안 썼으니까
12:25 부모님이 좀 쓰시던 거 할머니의 내가
12:28 할머니가 좀 쓰시던 거?
12:30 내가 쓰던거. 몇 번 안 썼어. 안경 안 써도 되니까. 선물이라도 줄라고
12:48 동생분이 다른 가족들도 있다는 말에 속상하지 않으세요?
12:52 그게 신경쓰이는데 좀 그 속상하지
12:57 아니지 그것은 당연한 거지. 그렇잖아요
13:02 60년 넘게 남자가 혼자 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13:05 혼자 산다는 말도 안되지 당연히 있어야지
13:09 그런건 상관 없어요
13:15 동생의 걱정을 알기에 할머니는 오늘도 마음을 다독입니다
13:27 드디어 65년 기다림에 마침표가 찍히는 밤
13:41 몇날 며칠에 걸친 채비가 끝났습니다
13:47 새 옷 입고 할아버지 만나러 가시는 데 기분이 어떠세요? 기분이 어떠냐고?
13:55 춤출까?
13:59 춤만춰? 경사났는데
14:01 춤만춰? 노래도 해야지
15:16 그때야 뭐 신랑 얼굴을 볼 수가 있어, 뭘해
15:19 어른들이 정해주면 그냥 가서 사는 거지
15:26 그렇게 살았어요. 결혼하러 와 가지고
15:33 그전에는 시골에서 사랑방에서 동네 청년들이 막 놀리고 그랬어
15:36 그래서 몰래가서 봤지. 보기 괜찮더라고요
15:57 바닷길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는 동해안 7번 국도
16:01 최고의 낭만가도라 불리는 이곳이 오늘 이산가족에게는 꿈의 가도 입니다
16:12 금강산에 도착한 이산가족 상봉자들
16:20 모두들 언어를 이름표 삼아 약속된 테이블에서 가족이 오기를 다시 기다립니다
16:28 이 짧은 순간이 지난 65년의 세월보다 더 길게 느껴졌을 지도 모릅니다
16:35 박수 소리와 함께 그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16:46 차분하게 하세요
16:49 걱정하지 마요
16:57 아버지를 한 번도 본적없는 아들은 혹이나 놓칠 새라 번호를 높이 들어 올립니다
17:09 달수 오빠예요?
17:11 나 찬예예요. 찬예
17:16 달수야? 나 알겠어?
17:22 큰오빠 임찬수
17:33 아버지 동생 맞나 보세요
17:38 동생이냐 누구냐
17:39 옥봉이 모르세요? 옥관이 형님이죠?
17:51 딸? 여기 있잖아. 정숙이
17:54 니가 정숙이
18:00 정숙이 제가 아버지 딸 정숙이
18:03 네가 이렇게 살아서 다시 만날 줄 누가 알았나?
18:18 그리고 여기 누군가를 향해 걸어가는 또한 사람이 있습니다
18:33 아버님, 며느리에요. 여기누구? 우리 어머님
18:39 긴 세월을 도 잊을 수 없었던 그 이름
18:46 누군지 알아요? 누군지 알아?
18:49 이순규
18:52 이순규야?
18:54 이순규
19:00 내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오래 살았다
19:08 살아줘서 고마워요
19:14 고맙습니다
19:16 이렇게 생전에 만나겠어
19:27 열아홉, 스물의 부부의 연을 맺었던 두 사람이 65년 만에 만났습니다
19:35 얼굴 쳐다봤으면 됐지
19:40 그동안 고생 많았어. 이렇게 나이가 들어 65년 만에 만나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19:57 이건 왜 그런가 전쟁 때문에 그래
20:01 내가 19살에 집떠나서 오늘 처음 만나는데 항상 내 머릿속에 기억돼 있단 말이야
20:10 안 잊어버리고?
20:13 그럼 왜 잊어버려
20:17 아버님 이제 며느리하고 아들한테 큰 절 받으셔야지요
20:21 아들은 태어나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재사가 아닌 안부의 절을 올립니다
20:36 정말 살아계셔서 감사합니다.
20:38 다 잊어버렸네
20:44 이거 아버님이 만드신 거
20:48 내가?
20:51 네, 같이 살 때
20:52 이거는 아버님 장가갈 때 신으시던 신발
21:01 65년 만이라 잘 모르겠다
21:04 엄마가 다 챙겨 놓으셨어요
21:09 아버님 보여드리려고 다 챙겨왔어요
21:17 이거 아버님 아세요?
21:20 누구야?
21:22 누구세요?
21:26 모르겠다
21:29 이거 아버님이세요
21:30 이게 나야? 어렸을 때? 이런걸 다 보관해 줘서 감사하다. 고맙다
21:34 엄마가 다 보관해놓고 저희가 간수했어요
21:39 이 사진은 할아버지 회갑 때 사진 여기 할머니
21:50 우리 어머니 있구나
21:55 여기 우리 엄마
21:57 왜 이렇게 못생겨졌니
21:58 아이고 참
22:06 그래도 건강하세요. 아직. 아버님 만나려고 건강하셨나봐요
22:12 그럼 내가 항상 생각하는 덕분이구나
22:26 이게 나여
22:31 이건 막내아들. 이건 둘째 아들. 큰 딸. 둘째 딸. 셋째딸. 여긴 다 손녀고, 여긴 며느리
22:41 많이 낳았네
22:44 5남매야
22:46 잘했어
22:48 이해해라
22:50 이해는. 걱정할거 없어 그런거
22:53 잘하셨어요
23:00 끝내 미안한 표정을 짓는 남편을 위해 아내는 괜찮다며 먼저 손을 건넵니다
23:11 봐요. 결혼식이에요
23:19 장수 술이야? 내가 술한잔 따라줄께
23:35 같이해
23:36 오래살자
23:38 위하여
23:42 그렇게 다시 열아홉 소년 소녀가 된 듯 수줍게 잔을 주고 받아 보지만
23:51 오랫동안 마음을 짓누르고 있던 무거운 짐은 자꾸만 그 무게를 더해갑니다
24:04 다시 만나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말이 안 나온다
24:08 나도 그래요
24:11 똑같지?
24:13 그게 인간의 소원이고 인간의 마음이야
24:17 그래도 행복하게 살았네, 행복하게 살았어
24:25 이렇게 서로를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이들에겐 기적 같은 일입니다
24:39 아들은 자신의 이름부터 새로 태어난 손자손녀까지 아버지에게서 전할 가족의 이름을 채워 나갑니다
24:51 이들에겐 평범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순간들
24:59 아버지는 젊은 날로 들어간 듯 호기로운 모습을 보이고
25:04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늘 봐왔던 것처럼 함께 장난을 칩니다
25:12 마치 일상인 것처럼 평범하고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가족들에겐 이별의 시간이 가까워 옵니다
25:26 그리고 할머니는 묻어뒀던 서운함을 드러냅니다
25:30 자기 사는 얘기만하지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잖아
25:44 우리의 어머니 괴롭히지 말아요
25:47 내가 괴롭히긴 뭘 괴롭혀
25:51 사랑해 가지고?
25:53 그럼 사랑하는 거야, 지금
25:58 사랑이라는 두 글자가 얼마큼 넓은지 알아요?
26:03 알아
26:05 어떻게. 어떻게 알아?
26:09 처녀 총각이 만나서 죽으나 사나 같이
26:18 사랑이라는 그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모르네
26:20 뭘 몰라 내가 모르긴. 죽어도 같이 살자 살아도 같이 살자 이거야. 여러 가지 말 필요 없어
26:29 핑계는 잘 대네
26:33 곧 헤어져야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이었을까요?
26:37 그런 아내의 마음을 안다는 듯 할아버지가 할머니의 손을 잡습니다
26:46 이제 시간이 다 됐단 말이야. 절대 울지 마라. 나도 안 울어
26:53 나도 안울어
26:56 그저 건강해라
27:01 좋게 좋게 헤어지자
27:02 건강하게 행복하게 사셔야 돼요, 아버님
27:05 이봐요. 66년간을 살았는데. 내 눈물이 다 말라 비틀어졌어
27:11 내가 다 알아. 그런거 다 잊어먹어. 이제 만났으니까
27:15 알기는 뭘 알아? 사랑도 못하는 게
27:26 이제 다시 헤어져야 하는 시간
27:39 울지 말자 약속했던 남편은 그저 흐르는 눈물만 닦을 수밖에 없습니다
27:59 대장부 양반이 무슨 눈물을 흘려
28:06 이 순간 그가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28:25 마지막으로 물 한잔에 서로의 마음을 담아 건넵니다
28:46 건강해 건강해야 돼
28:49 행복합니다
28:53 건강해야 행복도 있어
29:20 아버님, 눈물흘려도 괜찮아요
29:23 속 시원하게 우세요
29:29 이별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벅찬 일입니다
29:51 건강하게 오래 살아
29:53 걱정하지 말고
29:57 마음 놓으십시오. 잘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30:06 아버지 인사드릴께요
30:11 건강하게 다른거 하나도 없어 건강해야 돼
30:23 고맙습니다
30:26 다시 만납시다 할머니 오래오래 사십시오
30:39 보고 또 봐도 해소되지 않는 그리움
30:53 70여 년의 기다림으로 비어버린 가슴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
31:00 이제는 약속된 이별을 해야하는 순간입니다
31:14 가족들은 떠나는 버스를 사이에 두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인사를 나눕니다
31:21 안녕
31:22 이거 편지예요 아버지. 가서 읽어보세요
31:40 건강해요 다른거 없어 건강
31:45 아버님 건강하세요
31:58 얼굴 한번 만져 봐요
32:07 아버지 건강하시고 또 만나요
32:15 한번만 더
32:22 마음 크게 먹고 건강해 모두
32:39 그렇게 12시간에 만남으로 70여 년간의 긴 기다림이 끝이 났습니다
33:10 왜 울어?
33:13 조금
33:24 울어 봐도 웃어봐도 소용이 없어
33:38 다리 떨지 마세요
33:41 안떨어
33:51 이렇게 떨었으면 나 살지도 못했어
33:54 생전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야
34:02 한번 만나서 밥 먹었다고 생각하고
34:06 곧 다시 만날 그날을 기다리며 모자는 오늘의 이별을 받아들입니다
34:19 1998년 11월
34:21 관광으로 남쪽을 향해 처음 문을 연 금강산이 2002년부터는 이산가족 상봉장이 됐습니다
34:36 그러나 이곳을 찾는 가족들의 평균 연령은 85세 올해 최연소 상봉자는 70세 입니다
34:51 이야기 둘 건강하오
34:58 2015년 10월 24일 제 20차 남북이산가족상봉 2차 상봉단
35:07 비상 약부터 간식까지 가족들에 대한 당부와 염려만큼이나 선물도 한 가득입니다
35:24 그리고 여기 북에 두고 온 아들에게 미안함이 너무도 커 기억에서 지워버려야 했던 상봉자가 있습니다
35:36 김종환(58세) 민선비 작은 아들 민선비(92세) 이산가족상봉자
35:37 만나면 한스럽다는 표현을 안 하겠지만
35:44 어떻게 살았는지 참 궁금하고 대견스럽고 그래요 우리는 사실은 미안하고
35:52 어렵게 살았겠지 부모 없으니까
35:55 아버지 어머니 없으니까 외롭게 살았을 거야
35:57 손녀딸 이름이 올라온 것 보고
36:01 그래도 혼자 살지 않고 출가를 하고 가족도 이뤘구나
36:08 진짜 우리 오빠인가
36:11 서러움 받으면서 살았겠지
36:12 만약에(진짜) 오빠라면 우리는 미안하죠
36:14 미안하고 죄송스럽죠
36:17 큰아들 생각이야 나지, 어떻게 안나겠어요?
36:22 그런데 큰아들은 어떻게 생겼느냐고 하면
36:25 (같이 피난 나온) 같은 또래 아이가 있어요
36:32 그 아이를 보면 생각이 더 나요
36:39 우리 아이도 저렇게 컸겠구나. 저만하겠지 그 생각은 늘 나죠
36:43 이제는 얘들 크면서부터는 생각이 안 나요. 잊어먹었어
36:51 내가 생각을 하면 뭐하냐 틀렸다 하고 없는 셈 쳤어요 나는
37:08 10월 24일 두 번째 상봉단이 금강산에 도착했습니다
37:15 불과 몇 백 미터 거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큰 아들을 향해 한걸음 한걸음 때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무겁습니다
37:33 그토록 기다렸던 엄마의 얼굴을 보는 아들은 어떤 표정으로 맞이할까요
37:49 어머니. 아들하고 손녀 왔어요
37:51 아들하고 손녀 왔다고
37:54 아버지 이름 뭔지 알아?
37:56 엄마 이렇게 늙었구나
37:57 아니 아버지 이름 알아?
38:01 아버지 이름은 알아
38:02 아버지 이름 아냐고
38:08 김영관
38:11 아이고 그렇구나. 내 아들이구나
38:23 어머니 왜 이제 오나 왜
38:32 하나도 기억이 없어요. 하나도 기억이 없고
38:37 그저 엄마가 한밤 자고 오겠다는 기억밖에 없습니다
38:43 그 한밤이 다시 그 배가 온다고 했는데
38:45 다시 그 배가 온다고 해 가지구 그럴 줄 알았는데
38:52 그냥 끝나가지고 엄마가 못 간 거예요
38:57 큰아들이 건넨 첫마디에 칠십 평생을 살아오며 얼마나 어머니에게 묻고 싶었던 말이였을까요?
39:07 잊어 따던 민할머니는 아들의 물음에 그 동안 가슴에 묻어뒀던 그 날의 이야기를 꺼냅니다
39:16 할머니하고 두고 나올 생각을 안했어 안했는데
39:24 우리가 해변가에 살아서 군인들이 이주를 시켜 이사를 시킨다고
39:37 그런데 이사를 두 번 나눠가지고 다 갔어
39:43 몇 집만 떨어져서 이틀만 있으라고 하더라고
40:00 갑자기 그냥 배가 와가지고 피난가야 된다고 해서
40:07 한집에 한 가족만 타래요
40:11 섬에 갖다 풀고서 또 온다고 또 사람 실으러 오니까 걱정 말라고
40:18 배를 타고서 배가 돌아서는데
40:21 엄마 나도 가 하는 소리가 귀에 들려요
40:29 그래도 엄마라고 날 찾는구나
40:33 그래도 어떡해요
40:37 그냥 우리 간 뒤로 배가 다시 돌아가려니까
40:44 벌써 총 소리 나서 못가고 있던 거지
40:57 모든 것이 물들고 벽개수가 흐른다는 가을의 금강산
41:05 마치 한송이 꽃과 같았던 여동생을 만나기 위해 손녀와 함께 이곳을 찾은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41:15 김우종(87세) 이산가족상봉자
41:16 아들만 쭉 있다가 딸이라고 하나 낳았는데
41:18 (여동생이라면) 우리 형제들이 사족을 못 썼어
41:42 교회 창 밖에서 이렇게 들여다보고 애를 보호했다고
41:49 사내들이 짓궂게 굴면
41:52 인마 여자한테 그러면 못써 그렇게 큰소리치면
42:02 애들이니까 찍 소리도 못하고 도망가고 그랬지
42:27 할아버지는 지난 65년 의 시간이 무색할 만큼 동생을 단번에 알아봅니다
42:52 넌 목소리가 왜 이렇게 쉬었어
42:58 오빠는 여동생의 목소리에서 지난 세월이 안타깝고 동생은 지금 이 순간이 꼭 꿈만 같습니다
43:17 우리 오빠가 이렇게 살아 있을 지는 생각도 못했어
43:21 이게 정말 꿈이야 생시야
43:25 그러게 나도 모르겠다
43:42 정희야 나는 잘 먹고 잘 살고 있어
43:51 그래요
43:57 나는 오빠한테 기별이 왔다 그래서 진짜 살아있나?
44:02 몰랐니?
44:05 머리에서 내가 떠오르는 것은 조그만 할때 생각에
44:10 우리 오빠는 코가 좀 큰데 하는 기억이 나더란 말이야
44:15 오빠 알지 무슨 소리인지
44:21 우리 오빠는 코가 좀 큰데 하는 기억이
44:24 내 머리속에서 떠오르더란 말이야
44:27 그래서 내가 야 우리 오빠 그럴텐데
44:30 그리고 얼굴 살색이 우리 오빠는 좀 까말텐데
44:39 필종이 오빠랑 나랑은 하얀데 우종오빠는 살이 까말 텐데
44:46 기억이 나더란 말입니다
45:00 나 17살 때 오빠랑 헤어졌잖아 나 17살때
45:07 그런데 이렇게 백발이 돼서 만났구나 죽지 않고 살은 덕에
45:15 그래 오래 살아야 돼
45:15 오래 살은 덕이야
45:24 여든이 넘은 오누이는 어느새 개구지고 즐거웠던 어린 시절로 돌아갑니다
45:33 오빠 생각나나? 학교 다닐 때 내가 대장노릇 한다고 말이야
45:40 내가 그랬지 유치원 다닐 때 (오빠들이) 호위무사였어 우리 집의 꽃이잖아
45:51 할아버지께서 할머니 달리기도 잘 하셨다고
46:04 동무가 요만큼하면 나는 저 만큼 갔어
46:06 그저 1등 2등도 해본 적이 없어 1등만 했지
46:15 또 나를 아이들이 따라잡을 수가 없어
46:19 1등만 했어. 내가 달리기 할 때 운동회 때 오빠도 생각나나?나지 그럼
46:27 내가 어렸을 때도 짝꿍이 나보고 세다고 하는 거? 나지
46:38 학교 다닐 때 아이들이 너 학교 다닐 때 제일 세다고 한 사람, 못 살게 구는 아이가 누구야 하면
46:46 내 이름을 다 써 냈어
47:06 몇 학년 때 선생님 이야기야?
47:17 내가 다 기억하고 있어 내가 그때 선생님들 기억을 하고 있어
47:27 그때 선생이 누군지 생각이 잘 안나
47:33 내가 너 가기 전까지 다시 기억을 더듬어 가지고
47:44 그때 선생님 이름을 이야기 해 줄게 나다 기억하고 있어
47:51 거기서 그 때 선생님 이야기야
47:56 선생님이 기언난단 말이지?
47:59 기억나
48:02 우리 오빠도 용하다
48:02 그때 거기 네가 있었는데 내가 잊고 살았겠냐는 말이야
48:19 모든 걸 기억한다는 오빠 말해 여동생은 말을 잊지 못합니다
48:31 저녁에 자려고 드러누우면 계속 생각나
48:37 어머니도 삼촌 소리 만날 한단 말입니다
48:45 아니 근데 점점 나이 들으니까 여러 삼촌 이야기는 안하고
48:57 이제 필종 삼촌 없으니까(우종)삼촌 이야기만 한단 말입니다
49:04 내 이야기를 해?
49:09 엄마생각, 너희들 생각 안하려고 일부러 그걸 억제하느라고 참 노력을 해
49:16 왜냐하면 그 생각을 하면 참으로 기가 막히는 거야
49:23 밤샐때가 있어 그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49:30 65년인데 65년 이라는 세월인데
49:33 이번에 이산가족상봉 보고 남들이 천운이라고 그래
49:43 사람의 힘으로 될 수 없는 일이 너한테 이뤄진 거다
49:50 나를 아는 사람들이 다 그렇게 축하해줘
49:54 그리고 삼촌이나 우리 어머니가 이제 없으면 그 다음엔(우리죠)
50:01 그렇지 그 다음엔 얘지
50:04 이렇게 된단 말입니다
50:07 너는 말도 잘한다 말도 잘해
50:19 뜬눈으로 지새웠던 때가 많았던 할아버지의 지난날
50:24 이제야 꿈같은 만남이 이루어 졌지만 어느새 2박 3일간의 상봉에 끝이 보입니다
50:33 가만히 있으면서 또 어색하더라구요
50:36 그래 농담도 하면서 하고 그랬지요
50:42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고 정말 핏줄은 못 속이는 구나 그런 느낌이 들죠
50:55 점점 만나면서 정이 든 것 같아요
50:58 그래서 이제 어떻게 헤어지나 불쌍하고 자꾸 눈물이 나네
51:11 내가 그랬잖아요 눈물 날 때는 그냥 울어야 편하다고
51:17 가슴이 아프죠 뭐
51:24 이것이 그 저한테는 제2의 이산가족이 아닌가 싶은 여운이 있어요
51:32 돌아가면 마음이 무겁겠다 그런 생각이 있습니다
51:43 저 같으면 개별 상봉이라는 것을(시간을) 점차 늘려서
51:47 가족과 형제라는 우애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52:01 안되는 걸 안면서도 앞으로는 그런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셔서
52:20 이렇게 제2의 이산가족이 안생기는 쪽으로
52:27 다시 이산이 대물림 되는 순간입니다
52:49 마지막 2시간의 만남
52:51 누군가는 자신이 살았던 고향 집을 그리고
53:00 어떤 이는 서로를 기억할 수 있는 물건을 주고받습니다
53:07 아버지 사진 넣어놨어요
53:10 나중에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잖아 그렇죠. 집에다 꼭 걸어놓으시고
53:16 작별상봉을 끝마치겠습니다
53:19 북측상봉자들은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되겠습니다
53:23 남측상봉자들은 밖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르면 되겠습니다
53:29 그리고 마지막임을 알려 오는 방송
53:35 지금은 순간을 가족들은 또 어떻게 기억할까요
53:54 여동생이 불러주는 이 노래를 떠올리며 오빠는 또 뜬눈으로 밤을 맞이하겠죠
54:02 10분 후에 작별상봉을 끝마치겠습니다
54:06 북측상봉자들은 그 자리에 앉아 계시면 되겠습니다
54:09 남측상봉자들은 밖으로 이동하여 버스에 오르면 되겠습니다
54:16 끝이구나. 오래살자.오래살아
54:35 정희야 늙어서는 정말 밥이 힘이야
54:43 알아
54:45 뭐 좀 먹어 난 잘 먹어
54:52 많이 잡숫고 오래오래 살아 그리고 또 만나자
55:00 다시 만나자며 오누이는 그렇게 곧 만날 사람처럼 이야기를 나눕니다
55:24 놓을 수 없는 두 손
55:27 끝내 눈물을 보이는 동생 앞에서 오빠는 무너지고 맙니다
55:42 그리고 한번 만 자고 오겠다 약속했던 아들에게 어머니는 오늘도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남기고 떠나야 합니다
56:02 긴 기다림 후 짧은 만남 그리고 이별을 해야 하는 지금
56:13 그래도 반가웠다고 살아 있어줘서 고맙다는 말로 마지막 인사를 건넵니다
56:23 그래도 살아서 만났는데 뭐 살아서 만났어. 좋지?
56:30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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