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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나 깨나 그리운 동생 신자에게

등록일 2003-07-28 00:00
  • 글쓴이 김주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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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야,
따라 오겠다고 울며 발버둥 치는 너를 할머니와 함께 떼어 놓고 아버지와 이 몹쓸 오빠가 남으로 온지도 어언 53년이나 지나 버렸구나.
철없는 소년이라 철부지 너를 떼어 놓고 오면서도 눈물 한 방울 못 흘리고 돌아서온 내 자신이 이제와서 생각하면 저주스럽기까지 하구나.
철부지 9살 어린 게집애가 할머니가 있다곤하나 그 할머니가 고생하다 일찍 돌아가시기라도 했다면 천애의 고아가되어 너 혼자 그 험한 세상을 어찌 살아 왔느냐.
혹시라도 돌보는 사람없이 울며 눈보라 치는 거리를 헤매다가 객사하여 아무 개천에나 버려지진 않았을가.
주린 배를 움켜쥐고 이집저집 문전마다 기웃거리다 굶어 죽진 않았는지. 할머니라도 네가 어느정도 네 앞가림을 할때 까지만이라도 살아게셔서 네가 의지하고 컸으면 다행이련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여자로서 그 주변의 구박과 멸시와 희롱을 어찌 다 받고 견디었느냐.
이제와서 눈을 감고 생각하니 이 오빠의 가슴은 갈갈이 찢어지는듯 아프고나.
아직까지 살아 있다면 부디 그동안 그 수많은 어려움을 이기고 견뎌온 저력으로 어렵더라도 굳세고 질기고 건강하게 살아 있다가 만약 기회가 닿는다면 다시 만나 얼싸안고 울어 보자꾸나.
지하에 게신 어머니께서 무심치 않으시다면 네가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며 보호해 주셨으리라 믿는다.
답답한 마음에 허공에다 대고 독백하는 셈치고 두서없는 몇자를 적어 보았다.
부디 만나는 날까지 너와 네 가족 모두 건강하길 빈다.
인천에서 오라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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