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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이야기

가족 이야기

이경주님의 이야기

“ 어머니의 품처럼 그리운 내 고향이여! ”
이경주님의 사연

이경주님의 사진

이경주님의 가족 사진빛바랜 사진 속에는 서른여덟 살의 어머니 그리고 어린 여동생들이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사진을 바라보며 그때를 떠올려보지만, 모든 추억을 떠올리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운 어머니와 동생들을 만날 수 있는 건 시간을 멈춘 빛바랜 사진 한 장뿐입니다.

이경주 할아버지는 1950년 12월경, 6.25전쟁 피난길에 휩쓸려 홀로 남한으로 내려왔습니다. 일주일만 지내면 다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가 그렇게 말했고, 그 말을 믿었습니다. 하지만 일주일, 그 이상의 시간이 흘러도 어머니가 계신 고향에는 갈 수 없었습니다. 이제는 67년의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살아생전 고향땅을 밟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할아버지의 어린 시절은 부유하지는 않았지만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그 당시 유치원에 다닐 정도로 아들에 대한 정성과 애정이 깊었고,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고등학교까지 무사히 다닐 수 있었던 것을 보면 어머니가 얼마나 고생을 하셨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경주님이 상봉당시 받은 가족사진에 적혀 있던 메모열여섯 살의 어린 나이에 시집을 온 어머니는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자식들을 위해 이일 저일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는 남한에 내려와 고생했던 젊은 시절을 떠올리면 어머니가 혼자 몸으로 얼마나 고생을 했을지 죄송스런 마음에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립니다.

할아버지는 2014년, 19차 상봉 행사 때 어렵게 가족들을 만났습니다. 사진 속의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은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동생들을 만나면 그 동안 못해줬던 것만큼 잘해주고 싶었지만, 이제는 그것마저도 할 수 없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대신 조카들을 만나 어머니와 동생들의 지난 이야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어머니의 산소를 정성스럽게 꾸며드렸다는 이야기가 할아버지에겐 가장 큰 위로가 되어 주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할아버지는 제일먼저 고향에 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고향에 가도 할아버지를 반겨줄 가족이 없다는 것이 너무도 슬프지만 할아버지에게 고향은 어머니의 품처럼 언제나 그리운 곳이었습니다. 소설가가 꿈이었던 그 시절, 어머니 몰래 소설책을 읽느라 밤을 새웠던 날들, 어린 동생이 오빠를 위해 챙겨둔 찐빵, 그리고 어머니의 회초리까지 모든 것이 그립습니다.

할아버지는 옛 추억을 더듬으며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어봅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과 어머니 그리고 동생들이 있는 북녘의 고향땅을 하루 빨리 찾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이경주님의 어머니 사진

이경주님의 구술 이야기

이경주님의 구술 영상입니다.